서번트증후군 (Savant syndrome)

킴 피크(Kim Peek)

진짜 “레인맨”

킴 피크는 미국의 서번트이다. 그는 뛰어난 기억력을 가졌지만 선천적 뇌 이상과 이로 인한 발달 장애로 사회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1988년 영화 <레인맨>은 킴의 실제 삶에 영감을 받아서 제작기도 했다. 킴은 최초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 및 심각한 지적장애 진단을 받았지만, 현재는 자폐가 아닌 유전자 질환인 FG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FG 증후군은 선천적으로 좌우뇌를 이어주는 뇌교가 생기지 않은 심각한 뇌기형을 유발하는 병이다.



1951년 11월 11일에 태어난 킴 픽은 출생 당시부터 머리 뒤쪽에 물집처럼 생긴 야구공 크기의 뇌류가 있었다. 그는 엄마의 자궁 속에서 두개골이 제대로 융합되지 못한 채 태어났고, 출생 시 대뇌피질의 일부가 머리 뒤편에 난 뇌류 속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뇌류는 저절로 크기가 감소했고, 얇은 두개골층이 이전의 뇌류 자리를 덮었다. 생후 9개월이 되었을 때 의사들은 킴 가족에게 그가 지체장애라고 진단하며 그를 시설로 보내야 한다고 권유했다. 킴은 가망이 없으며 뭔가가 될 수도 없고 평생 수용시설에 있어야 한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가족은 전문가의 조언을 따르는 대신 최선을 다해 아들을 돌보겠노라 결심했다.

킴의 유년기와 재능의 발견

킴의 엄마와 아빠는 항상 킴에게 책을 읽어주었을 때, 킴의 손가락은 각 문장을 따라 움직였다. 18개월이 되자 킴은 단 한 번의 독서로 그가 읽은 모든 내용을 외울 수 있었다. 책을 외운 후 킴은 그 책을 선반에 거꾸로 놓아 다른 사람이 그에게 다시 읽어주지 않도록 했다. 그 책은 이미 그의 기억 창고에 있었기 때문에 2번 읽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3살 때 킴은 ‘기밀’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었다. 가족들은 농담으로 사전에서 찾아보라고 했고 그는 바로 그렇게 했다. 그는 알파벳순 목록을 사용하는 방법을 스스로 깨우치고 단어를 찾은 다음 단어의 정의를 소리 나는 대로 읽었다. 킴은 숫자, 전화번호부 읽고 전화번호 숫자 더하기에 집착했다. 킴은 자동차 번호판의 숫자 더하기도 즐겼다.
그러나 킴은 4살이 될 때까지 걷지 못했고 손과 눈의 협응과 균형 유지에 계속 문제가 있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의 아버지는 킴이 목욕하고, 옷을 입히고, 셔츠 단추를 채우고, 이를 닦고, 머리를 빗는 것을 도와야 했다. 그런 아버지의 도움은 킴의 일생동안 계속되었다.
6살 때 킴은 페이지 번호만 알려주면 책에서 전체 문단을 그대로 암송할 수 있었다. 그 무렵 그는 백과사전의 전체 색인을 외우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에 다니기 시작할 때가 되었을 때 킴은 과잉 활동 증상이 지속되어 수업에 지장이 된다는 이유로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되었다. 일부 의사는 뇌엽절개술을 제안하기도 했으나 그의 부모는 거절했다. 킴은 7세부터는 퇴직한 초등학교 교사의 도움으로 가정교육을 받았다. 주 2회 45분씩 교육을 받은 킴은 선생님의 도움으로 14세에 고등학교 과정을 모두 완료했다.
킴은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장애인을 위한 보호 작업장에서 급여 계산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기계나 계산기 없이 암산으로 일일 생산 수입을 집계해내어 ‘킴퓨터Kimputer’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혼자서는 옷도 입지 못했고, 기본적인 일상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필요했다. 마침내 혼자 면도를 하게 되었을 때도 그는 거울 앞에서 눈을 감곤 했다. 자기 얼굴의 좌우가 바뀌어 보이는 것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집에서도 매우 내성적이었고, 손님이 오면 그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킴의 기억력

킴 피크는 세계 최고의 기억력을 가지고 있었다. 킴은 12,000권 이상의 책을 외웠는데, 과거에도 그와 같은 사람은 없었고, 앞으로도 그와 같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8~10초 동안 한 페이지를 읽은 다음 즉시 그 페이지를 외웠고, 그 뒤를 잇는 모든 페이지를 그의 지칠 줄 모르는 기억 속에 즉시 기록했다. 책을 완전히 스캔하고 저장한 후에는 어린시절과 마찬가지로 그 책은 책장에 뒤집어 놓았다.
그는 전화번호부의 한 페이지 속 숫자들을 모두 덧셈하거나, 그 숫자들의 평균을 순식간에 계산할 수 있었다. 그는 세계와 미국 역사, 스포츠, 영화, 지리, 우주, 배우, 성경, 교회 역사, 문학, 클래식 음악 및 셰익스피어 등 여러 관심 분야에 대한 백과사전적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미국의 모든 지역 번호와 함께 주요 도시의 우편 번호, 미국의 모든 텔레비전 방송국을 알고 있었다. 그는 대부분의 클래식 음악을 식별하고 그 곡의 작곡 날짜, 작곡가의 생년월일, 출생지, 작곡이 처음 연주 된 시기와 장소를 알고 있었다. 그는 또한 전화번호부 앞의 지도를 모두 외워 미국과 캐나다 어디에서나 운전하는 사람에게 길을 알려줄 수도 있었다. 그는 목적지와 도시가 무엇이든 운전자에게 가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줄 수 있었다.

확대 ▲ 그림 2. 킴 픽은 펼쳐진 책의 두 페이지를 한 번에 읽을 수 있었는데, 왼쪽 페이지는 왼쩍 눈으로 오른쪽 페이지는 오른쪽 눈으로 읽을 수 있었다. 이런 놀라운 독서법에도 그의 독해력은 뛰어나서 그는 읽은 정보의 98퍼센트를 기억할 수 있었다. 킴 픽은 세익스피어와 성경을 포함해 12,000권의 책을 암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텔레비전 방송국을 알고 있었다. 그는 대부분의 클래식 음악을 식별하고 그 곡의 작곡 날짜, 작곡가의 생년월일, 출생지, 작곡이 처음 연주 된 시기와 장소를 알고 있었다. 그는 또한 전화번호부 앞의 지도를 모두 외워 미국과 캐나다 어디에서나 운전하는 사람에게 길을 알려줄 수도 있었다. 그는 목적지와 도시가 무엇이든 운전자에게 가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줄 수 있었다.
킴은 책 두 페이지를 동시에 읽을 수 있었기 때문에 책을 아주 빨리 읽고 외웠다. 한 페이지는 오른쪽 눈으로, 다른 한 페이지는 왼쪽 눈으로 읽었다. 이 두 개의 서로 다른 이미지는 하나의 장기적인 기억을 형성하여 마치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것처럼 놀라운 정확도로 저장되었다. “디스크가 꽉 찼습니다.”라는 메시지는 결코 나타나지 않았다. 킴은 또한 페이지를 옆으로 또는 뒤집어서도 읽을 수 있는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킴은 운동장애로 악기를 연주하는 능력은 제한적이었지만, 음악적 재능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방대한 음악 레퍼토리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또한 구조, 내용, 스타일 및 음악적 규칙에 대한 놀라운 이해도를 보여주었다. 그 음악적 정교함은 그의 아버지 프랜에게 문제를 가져오기도 했는데, 그와 킴이 교향곡 연주를 들을 때, 킴은 악보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공연 중에 발생한 연주자의 실수를 지적한 것이다. 그는 콘서트가 끝난 후 지휘자에게 그것들을 지적하기도 했다. 음악뿐만 아니라 정확성에 대한 이러한 요구는 킴과 그의 아버지가 셰익스피어 연극을 관람할 때도 나타났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 킴은 “그만! 그만해!”라고 소리쳤고, 공연 후 배우 중 한 명이 문제가 무엇인지 묻자 “마지막 대사 몇 마디가 빠졌어요.”라고 킴이 말했다. 그러자 배우는“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 했어요. 더군다나 누구도 정말로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킴과 레인맨

킴은 그의 아버지 프랜과 함께 1984년 텍사스 알링턴에서 열린 전국지체시민협회 회의에 참석했다. 프랜은 솔트 레이크 시티에 있는 자신의 광고 회사 시절부터 친숙한 분야인 커뮤니케이션 위원회의 자원봉사 위원장이었다. 시나리오 작가인 배리 모로우Barry Morrow도 그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다. 모로우는 미키 루니가 인지 장애인의 역할을 맡은 TV 프로그램 <빌Bill>과 <빌 II>로 몇 가지 상을 받은 유망한 시나리오 작가였다. 드라마 <빌>을 본 후 피크의 아버지는 모로우를 알링턴으로 초대해서 지적장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다.
배리 모로우는 킴과의 첫 만남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킴은 그들이 관리하는 협회 회원 목록의 잘못된 우편번호를 모두 수정하여 모로우를 놀라게 했다. 킴은 또한 전국지체시민협회 도서관의 거의 모든 작가와 책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스포츠 관련 퀴즈를 끝없이 인용하고, 미국과 캐나다의 거의 모든 목적지에 대한 자세한 운전 경로를 알고 있었다. 킴에게 생년월일을 알려준 모로우는 자신이 태어난 요일, 올해 생일 요일, 65세가 되는 요일을 바로 들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남북전쟁, 2,3차 세계 대전, 한국과 베트남 전쟁에 대해서도 대화했다.
그 만남을 마치고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모로우는 ‘자폐증 서번트’라고 수첩에 기록했고, 피크가 영화에 필요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런 다음 그는 영화 <레인맨>의 시놉시스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모로우의 에이전트는 더는 장애에 관한 작품은 쓰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그는 피크를 잊을 수 없었다. 모로우는 “킴은 예전에 내가 팔러 다녔던 백과사전보다도 더 많은 정보를 머릿속에 담고 있는 사람이었다.”라고 말했다.
모로우는 영화의 주제를 거꾸로 뒤집었다. 레이먼드가 장애를 극복하고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찰리가 그와의 관계를 통해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도록 한 것이다. 그의 드라마<빌>이 크게 성공했지만 모로우는 아직 자신의 능력에 확신이 없었다. 소득세 보고서에 직업을 ‘타이피스트’라고 적을 정도였다. 그러나 1984년 가을 그의 시나리오는 거대 엔터테인먼트 회사로부터 극찬을 받았고, 당시 영화 산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에게 건네졌다. 바로 더스틴 호프만이었다.

확대 ▲ 표 1. 더스틴 호프만은 <레인맨>의 자폐증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킴 픽을 직접만나고 그의 특징을 연기에 반영했다.


호프만은 모로우의 시나리오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호프만은 무명 시절 연기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는데 그 중에는 뉴욕정신병원의 간호 보조직도 있었다. 그는 전기 충격 치료 시 환자가 움직이지 못하게 잡는 업무까지 수행했다. 모로우의 <레인맨> 시나리오를 읽는 동안 그때의 기억이 마음속에서 고스란히 살아났다.
영화에서 레이먼드 역을 연기하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 더스틴 호프만은 1987년 2월 킴과 그의 아버지를 만났다. 프랜 피크는 킴에 관한 그의 저서에서 특별했던 날을 길게 설명한다. 영국 군주, 성경, 야구, 경마, 날짜, 시간, 작곡가, 멜로디, 영화, 지리, 우주, 작가 및 문학을 포함해 더스틴 호프만과 킴은 백과사전적 기억을 자세하게 공유했다. 할리우드 스타를 만나게 되서 한껏 마음이 부푼 피크는 영화에 대한 지식을 외워갔다. 호프만을 만나 흥분한 채로 양손을 퍼덕거리며 방을 돌아다니는 동안, 호프만은 그 뒤를 따라다니며 피크의 걸음걸이와 제스처를 그대로 따라했다. 이후 수년간 호프만은 <레인맨>과 관련된 사람 중 가장 지칠 줄 모르는 투사로 떠오르며, 다른 영화 같으면 진작 좌초되고 말았을 거친 파도와 풍랑을 헤져나갔다. 극 중 동생인 찰리 역할은 당시 유명 스타였던 톰 크루즈의 흥미를 끌었다. <레인맨>은 수많은 위기를 넘기고 마침내 자폐증이 영화라는 매체에 최초로 등장할 수 있게 했다. 더스틴 호프만이 1989년 3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을 때, 그는 “<레인맨>을 현실로 만들어준 킴 피크에게 특별한 감사를 드립니다.”라는 수상소감을 남겼다.
엄밀하게 따지면 영화 <레인맨>이 킴 피크의 인생 이야기는 아니었다. 영화 주인공인 레이먼드 버빗Raymond Babbit은 여러 서번트들의 특징이 조합된 캐릭터이다. 제곱근 계산, 전화번호부 암기, 떨어뜨린 이쑤시개 세기 등은 모두 실제 서번트들의 일화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자폐증이 아직 주류 영화에서 묘사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영화 시나리오 작성 과정에서 자폐증 서번트를 묘사하기로 결정했다. 킴 피크는 자폐적 특성이 있었지만 자폐증은 아니었다. 레이먼드는 자폐증 환자인 조 설리번과 피터 거스리Peter Guthrie를 합성한 캐릭터이다. 호프만이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행동적 특징들은 모두 거스리를 모방한 것이었다. 피크는 진짜 레인맨으로 기록되었지만 이는 영화 관계자들이 익명으로 남기를 원하는 거스리의 신원을 비밀로 유지하기 위해 지어낸 선의의 거짓말이었다. 영화의 개봉 후 킴 피크는 쏟아지는 관심을 한껏 즐겼지만, 거스리는 유명인이 되는 데 전혀 관심이 없었다.

킴의 뇌에 대한 연구

확대 ▲ 그림 6. 영화 <레인맨>의 주인공인 자폐환자 레이먼드는 이쑤시개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그 개수가 ‘82개’라고 바로 말한다. 이 에피소드는 신경학자이자 작가인 올리버 색스가 쓴 흥미진진한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 실린 실화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 이야기에서, 111개의 성냥이 든 상자가 바닥에 떨어졌는데, 그걸 본 자폐 쌍둥이는 그 성냥의 수가 소수 37의 3배라는 것을 즉시 알았다.

킴의 첫 번째 뇌 MRI 촬영은 <레인맨>이 개봉한 1988년에 이루어졌으며 킴과 그의 아버지, 레인맨의 작가 배리 모로우가 참석했다. MRI 결과 킴의 뇌가 평균보다 약 30%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뇌의 좌반구와 우반구 사이에 있는 연결 구조물인 뇌량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뇌량은 백질로 이루어진 굵은 신경물질로, 좌우 대뇌반구 사이의 소통을 담당한다. 그리고 소뇌, 특히 오른쪽 소뇌에 광범위한 손상이 있었다. 소뇌의 이상 소견은 킴의 협응 및 보행 장애를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뇌량이 없다는 것이다. 뇌량은 약 2억 개의 신경 섬유로 이루어져 뇌 반구 간의 의사소통에 중요하다. 뇌량이 없으면 지적장애 및 뇌성 마비 등 다양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약 4000명의 아기 중 한 명은 뇌량 무형성이 상태로 태어난다. 뇌량의 부재가 항상 기능장애를 동반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뇌량이 없어도 전혀 문제를 겪지 않기도 한다.

1988년 테스트 결과 그는 IQ 87점을 받았으며, 언어 및 수행 능력의 테스트 사이에 매우 넓은 불일치를 보였다. 일부는 정신 지체 범위에 속하고 다른 일부는 지능 범위가 우수했다. 테스트의 최종 진단은 “달리 명시되지 않은 발달 장애”였다. 킴은 자폐증 서번트로 많이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아니다. 그는 자폐증의 특성 일부와 행동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은 뇌류와 독특한 뇌 구조로 인한 발달 장애에 기인한 것이었다.

확대 ▲ 그림 7. 정상인(위)과 킴 픽의 뇌(아래)를 비교한 MRI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킴픽에게는 우뇌와 좌뇌를 연결하는 뇌량corpus callosum이 없다.

2004년 NASA의 과학자들은 CT, MRI을 포함한 일련의 테스트를 통해 킴을 연구했다. 연구의 목적은 그의 뇌 구조를 3차원 영상을 만들고 그 이미지를 1988년에 MRI 스캔과 비교하는 것이었다. NASA는 킴의 뇌 스캔을 다양한 사람들의 뇌 스캔과 비교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인간 뇌의 포괄적이면서 정확한 고해상도 3차원 해부학 모델을 생성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이후에도 킴과 그의 아버지는 다큐멘터리 제작의 일부로 수행된 다양한 연구에 매우 기꺼이 참여해왔다. 그 덕에 연구진의 그의 특별한 뇌 구조와 그의 유일무이한 방대한 기억력을 다른 영리한 뇌 연구와 비교하고 대조할 수 있었다. 킴의 뇌 영상을 뇌량이 없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연구도 진행되다. 뇌량이 없는 모든 사람이 킴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연구는 킴이 가진 중추 신경계 기형의 중요성을 평가하고, 중추 신경계 및 뇌 기능 전반에 대한 뇌량의 중요성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킴에 대한 뇌 영상 연구 자료는 광범위하게 확보되어 시간이 지나도 추가 분석을 위해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2008년 연구는 킴이 근긴장도 저하 및 대두증과 같은 신체적 이상을 유발하는 드문 유전 질환인 FG 증후군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자들은 피크의 특이한 기억력이 그의 신경 세포가 뇌량을 대체하는 특이한 연결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피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자폐증은 아니었던 것이다.

레인맨 이후의 삶

확대 ▲ 그림 8. <레인맨>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배리 모로우가 킴픽과 그의 각본상 트로피를 들고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픽이 타고 있는 자동차는 영화 속에서 더스틴 호프만과 탐 크루즈가 운전하는 것과 동일한 1949년 뷰익 로드마스터이다. (출처 Barry Morrow)


레인맨은 킴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킴 피크의 삶을 크게 바꾸었다. 킴은 손님이 왔을 때 더 이상 그의 방으로 도망가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은둔하지도 않았다. 대신 그와 그의 아버지는 킴의 재능을 대중과 나누고, 킴이 가진 다양성을 포용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매년 수백 회 방송에 출연했다. 그들은 거의 300만 마일에 달하는 항공 마일리지를 기록했다. 킴은 청중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사회생활을 배우고 자신감이 높아졌다. 또한 킴은 다른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국내외 여러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했다. 영국, 미국 및 기타 여러 국가에서 널리 상영된 <진짜 레인맨>이라는 1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가 그 예이다. 이 프로그램은 킴 피크와과 기억의 거장인 다니엘 태멋 사이의 매우 흥미로운 상호 작용을 특징으로 한다. 3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 <Beautiful Minds : Voyage into the Brain>은 독일에서 제작되어 전 세계로 배포되었다. 스웨덴 영화인 <Verklighetens Rain Man>은 킴과 그의 아버지 사이의 감동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킴은 활기차고 편안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의 기억력은 제한 없이 계속 확장되었다. 또한 킴은 그 거대한 데이터뱅크에 저장된 사실들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도 보여주었다. 그는 검색 엔진처럼 여러 사실들을 함께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킴은 창의적이고 눈부신 재치와 말장난으로 ‘살아있는 구글’이라고 불렸다.
킴은 항상 사랑과 자부심으로 그와 그의 아버지와 같은 그림자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두 부자가 나란히 걷는 모습을 보면 레인맨의 찰리와 레이먼드가 첫 만남에서 나란히 걷는 모습이 떠오른다. 2009년 12월 19일 토요일 오후 킴은 심장 마비로 갑자기 사망했다. 킴은 건강했고 그와 그의 아버지는 함께하는 휴가를 고대하고 있었다. 또 다른 킴 피크는 없었다. 그의 재능은 독특하고 탁월했으며, 그와 그의 아버지 사이의 유대감은 우리들에게도 많은 감동을 주었다. 기꺼이 재능과 이야기를 공유하려는 그들의 의지는 전 세계의 수많은 청중들에게 많은 선물을 전해 주었다. 프랜은 그와 킴이 지난 20년 동안 함께 한 그 놀라운 여정에 6천만 이상의 사람들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킴은 “레인맨이 내 인생을 바꿨다.”라고 말했지만, 킴은 아버지 프랜과 함께 우리의 삶을 변화시켰다.

참고문헌
『Islands of Genius』, 2010, Darold A. Treffert
『뉴로트라이브』, 2018, 스티브 실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