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uvius guggenmosi)
인류 진화의 발전 모습을 보여준 그림인 ‘진보의 행진March of Progress’은 티셔츠와 포스터를 통해 누구에게나 익숙하다. 네발로 땅을 딛고 있던 유인원 조상이 허리를 곧게 세우며 두발로 나아가는 모습은 수백만 년의 인류 진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이 그림은 사실 잘못 알려진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고인류학자는 이 버전의 진화가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우리의 조상이 침팬지와 갈라져 '직립보행'이라는 인류만의 특성을 형성한 시기는 약 600만 년 전으로 추정됐다.
고인류학자들은 이 분리의 주요 원인은 빙하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빙하기 이후 숲이 줄어들자 인간은 숲에서 들판으로 나와야 했고, 그 과정에서 직립보행하게 되었다는 것이 되었다. 이 가설에서 인간과 유인원의 마지막 공통 조상이 침팬지와 같은 너클보행knuckle(주먹을 바닥에 대고 걷는 방식)을 했다는 이론이 널리 알려지면서, ‘진보의 행진’ 같은 대중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 그림 1. 진보의 행진으로 잘 알려진 “호모 사피엔스로 가는 길”(1965년)
하지만 아직 너클보행에 대한 화석 기록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직립한 유인원에 대한 가장 오래된 화석 기록은 아프리카 케냐에서 발굴된 600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오로린 투게넨시스Orrorin Tugenensis의 대퇴골이다.
이것은 우리 인류의 조상에 앞서 두 발로 걷는 원숭이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류의 조상이 너클보행 단계를 거쳐 두 발로 걷기 시작했다는 학설에 반하는 것이다. 그러나 발견된 유인원 화석이 고대 인류와 어떤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는 반론도 존재해 더 많은 연구와 토의가 필요해 보인다.
독일 튀빙겐 대학교University of Tübingen 고생물학과의 마델라이네 뵈메 Madelaine Böhme 교수는 불가리아, 독일, 캐나다, 미국의 연구원들과 함께 독일 뮌헨에서 서쪽으로 약 44마일 떨어진 해머슈미데Hammerschmiede의 고고학 발굴지에서 발견된 1만 5천 개 이상의 뼈를 조사했다. 그 유물 중에서 고대 유인원의 일부 골격을 발굴했을 때, 그녀는 자신이 특별한 것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척추와 손, 발, 정강이, 넓적다리 등 총 37개가 발굴되었고, 조사결과 고대 유인원 화석은 약 1160만년 된 것이었다. 연구팀은 이 고대 유인원에 발굴지 근처의 다뉴브Danube 강의 로마 시대 스호신이었던 다누비우스Danubius 이름을 딴 다누비우스 구겐모시Danuvius guggenmosi라고 이름 붙여 2019년 11월 <네이처>에 발표했다. (<A new Miocene ape and locomotion in the ancestor of great apes and humans>)
논문에 따르면 D. 구겐모시는 넓적다리(대퇴부), 정강이, 척추, 손, 발 등 37점의 화석이 한 마리의 수컷과 두 마리의 암컷, 새끼에서 나온 뼈이다. 자 다란 수컷의 경우 키가 약 1m, 몸무게는 31㎏ 정도, 암컷의 몸무게는 20㎏으로 추산됐는데, 보노보처럼 긴 팔을 가진 개코원숭이 크기의 영장류와 비슷하다. 이 동물은 유연한 팔꿈치와 강하게 쥘 수 있는 손 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은 이 동물이 현대의 대형 유인원처럼 나무에서 나무로 매달리며 이동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하지만 알려진 유인원과의 유사성은 거기까지다. 척추뼈 형태가 일반 영장류와 달랐다. 영장류들이 보통 한 방향으로 구부러진 척추를 가진 것과 달리 D. 구겐모시는 길고 유연한 ‘S자’ 형태의 척추 뼈 형태를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런 형태의 척추뼈는 직립보행할 때 상체의 무게를 엉덩이에 실어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또한 D. 구겐모시의 하반신은 인간의 해부학과 공통점이 많았다. 엉덩이와 무릎이 늘어난 D. 구겐모시는 아프리카 유인원보다 더 곧은 자세로 서 있을 수 있었고 무릎과 발목은 그 무게를 견디도록 적응했다. 따라서 이 고대 유인원의 움직임은 인간과 유인원의 움직임 둘 다와 유사점을 공유했을 것이다. 즉 D. 구겐모시는 나무에 매달려 팔다리에서 휘두르며 나무 사이를 이동했고, 때로는 두 다리로 걸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동물이 있다고 말해주는 화석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이런 말을 하는 건 어리석은 짓일 겁니다.”라고 말한다. 앞 다리forelimbs 이동을 선호하는 대형 유인원이나 뒷다리hindlimbs 두 발로 걸었던 호미닌과 달리 D. 구겐모시의 해부학은 고대 영장류가 양쪽 사지를 균등하게 사용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D. 구겐모시는 연구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진화 타임라인에 이족보행을 위치시켰다. <네이처> 의 이번 논문을 검토한 다트머스 대학의 고인류학자 제레미 드실바Jeremy DeSilva 박사는 이번 발견이 어떻게 호미니드가 두 발로 걷기 시작했는지를 밝혀주는 한편, 보행 능력의 진화에 대한 새로운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한다. 뵈메 교수 역시 "이번 연구 결과는 유인원과 인간의 진화에 대한 우리의 이전의 이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인간이 네발로 걷는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이족보행의 과정으로 진화하는 대신에, 대형 유인원은 이족보행 능력을 가진 생물로부터 진화했을 수도 있다.
▲ 그림 9. 인간이 침팬지와 보노보와의 마지막 공통조상에서 갈라진 계통수의 가지에서, 우리의 멸종한 호미닌 친척과 우리는 두 발을 이용하여 땅 위에서 규칙적으로 걷는 데 적합한 뼈대를 갖고 있었다.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는 너클보행을 이용해 나무보다 땅 위에서 잘 걷는다. 반면 오랑우탄은 나무에 기어오르기와 나뭇가지를 잡고 건너는 방식으로 이동한다.
데이비드 베건 교수는 "이 화석은 아프리카 유인원과 인간의 유럽 조상들이 살아있는 고릴라와 침팬지와 달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은 우리가 살아있는 아프리카 유인원들과 공유하는 조상들은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독특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팀의 기본 전제를 강조하며 "이 새롭게 확인된 위치 행동 패턴은 아프리카 유인원과 인간이 갈라진 출발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