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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우생학

작성일2020.11.24

나치 우생학
금정형주요양병원 진료과장 송 강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1859)에서 생존 경쟁을 통한 자연선택이 생물 종의 진화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다윈은 자신의 주장을 생물학의 영역에 한정했지만, 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이용되기도 했다. 19세기 영국의 자유주의자들은 노동계층과 극빈자층이 사회에 짐만 지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회 개혁가였던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는 진화의 생존경쟁이 인간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에 게으른 사람들이 소멸되는 것이 자연 법칙의 순리라고 강조하면서, 약자를 돕는 복지 정책은 '적자생존'이라는 자연 법칙에 역행하고 그 결과 '허약한 형질'을 퍼뜨리는 국가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 그림 1.
1798년 토마스 맬서스가 발표한 <인구론>은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식량 고갈 문제를 제기한다.(왼쪽 그래프) 맬서스는 해결책으로 인구의 조정을 제시했다. 전염병의 창궐이나 파괴적인 자연 재앙, 기근으로 인구가 줄거나 부랑자나 빈곤 계층 구제를 중단해서 인구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당시 '구빈법'으로 대표되는 영국의 초창기 사회보장 정책이 식량은 증가시키지 않고 인구만 증가시킨다고 비난했다. 맬서스의 인구론 이후에도 20세기 독일의 나치는 우월한 인종만이 살아남는다는 인종 우생학을 앞세워 유태인 학살과 같은 인종 청소를 시도하기도 했다.

19세기 독일 우생학자 알프레트 플뢰츠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정상적인 자연 선택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플뢰츠는 19세기 독일이 외국과 전쟁을 겪으면서 건강한 청년들은 전장에서 전사하는 반면에, 징집에서 면제된 허약한 남자들이 고향에서 살아남아 2세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전쟁뿐 아니라 근친교배, 빈자들에 대한 무상 의료, 알콜 중독, 성병 역시 국가의 재정과 미래를 악화시킨다고 봤다. 때문에 독일인의 출생률 저하, 정신병자와 장애인 부양에 필요한 국가적 부담 등의 문제에 대처하려면 <열등 인간>들의 생식 능력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 그림 2. 나치의 선전 포스터에는 “당신은 짐을 지고 있다. 유전적으로 병든 사람에게 평균적으로 60세까지 5만 마르크를 써야한다.”

독일 우생학은 나치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가속화되었다. 1932년 프러시아 정부는 우생학 프로그램을 실시해서 '부적격자'를 자발적으로 거세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그 다음 해에 나치가 정권을 잡은 뒤에는 강제 규정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1934년부터 1945년까지 독일에서는 30만 명의 허약자들이 거세당했다. 우생학자들은 불치병을 앓거나 정신병자, 백치, 정신박약자, 불구 아동의 삶을 "살 가치 없는 삶"으로 구분한 뒤에, 국가가 이들을 안락사 시킬 수 있다고 정당화했다. 이들이 사회에 기여함이 없이 사회의 예산만 축낸다는 것이 이유였다. 나치 정권은 1940~41년 사이에 약 7만 명의 정신병 환자들을 살해한 것을 시작으로 결국에는 수백만 명의 유대인과 기타 "바람직하지 않은 성향"을 지닌 사람들을 제거했다.

▲ 그림 3. 1935년 베를린에서 열린 <생명의 불가사의> 전시회에 걸린 우생학 포스터.
포스터는 "우수함"보다 높고 예측되는 "열등함"의 출산율통계를 보여준다.
▲ 그림 4.
1930년대에 나치의 선전 포스터. 포스터에는 "유전적으로 허약한 사람들은 평생 동안 우리 국민들 돈 6만 마르크를 허비한다. 시민들이여, 그 돈은 바로 당신들 돈이다"라는 말이 적혀 있다(오른쪽) 유전성 질환이 있는 1인과 건강한 5인 가족이 똑같은 생활비를 소비한다고 비교하는 나치 선전 포스터 (왼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