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플로레시엔시스(Homo floresiensis)

변화하는 고인류학의 정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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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플로레시엔시스(Homo floresiensis) - 변화하는 고인류학의 정설들

작성일2019.09.25

변화하는 고인류학의 정설들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인류의 진화에 관한 이야기에서 아시아는 단순하지만 매우 간단한 설명을 가지고 있었다. 고생물학자들은 거의 100만 년 전에 호모 에렉투스와 같은 호미닌이 아프리카를 떠나 대륙을 통해 현재의 인도네시아의 일부분으로 이동했으며, 더 먼 동쪽으로는 해류에 막혀 더 이상의 이동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발견된 플로레스 섬 역시 월라시아 섬의 일부로 항상 아시아 본토와 분리되어 있었고, 해수면이 낮은 시기에도 순다 대륙붕(Sunda Shelf)에서 최소 19km 이상 떨어져 있었다. 때문에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조상들은 바다를 통해서만 플로레스 섬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플로레스 섬 도착에 관해서는 크게 두 가지 가설이 있다.

첫 번째는 플로레스 섬에 처음 도달한 것이 호모 에렉투스이며, 그들이 이미 반복적인 해상 이동을 통해서 보트나 뗏목을 사용할 수 있었다는 가설이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주요 연구자들은 이 가설이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팀과 함께 직접 보트를 만들어 바다를 건너는 실험에 나서기도 했다. (사실 이런 실험은 오래전부터 과학자와 탐험가들이 해오던 것이다. 그들은 누가 어떤 바다를 처음 건넜는지에 대한 단서를 찾고 이것이 가능한 경로인지를 직접 실행하고 있다. 한 예로 노르웨이의 인류학자이자 탐험가인 토르 헤위에르달(Thor Heyerdahl)은 폴리네시아 최초의 정착민이 남아메리카에서 배를 타고 왔을 것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 직접 항해에 나섰다. 1947년 갈대와 대나무로 만든 ‘콘-티키호(Kon-Tiki, 페루어로 태양신을 의미)’를 타고 출발한 헤위에르달은 바람과 해류를 따라 표류하며, 4월 28일~8월 7일까지 4,300해리(약 7,964 km)를 항해했다).

리앙부아를 발굴한 연구원 4명을 포함한 탐험 팀은 대마무로 만든 12미터짜리 뗏목을 타고 숨바와(sumbawa)를 출발해 22km 떨어진 코모도(komodo) 섬으로 향했다. 남쪽으로 흐르는 해류를 타고 그들이 이동한 시간은 총 11시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연구원 중 한명이 육지에 상륙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하기도 했지만, 단순한 대나무 보트만으로도 섬과 섬 사이를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실험이었다.

만일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인도네시아의 호모 에렉투스에서 유래됐다면, 그 조상 집단들은 아마도 가까운 자바 섬 근처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지역의 해류 방향이 주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기 때문에 동쪽으로 이동하기 보다는 북쪽에서 호모 플로시엔시스의 조상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북쪽 지역에서는 호미닌의 화석이 발견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북쪽 이동설에 관해서는 명확한 증거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 필리핀 북부의 루존섬에서 약 5만~6만 7000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종의 인류 화석(호모 플로레시엔시스(Homo floresiensis))이 발견되면서 아시아 호미닌의 이동 경로의 수수께끼에 대한 다양한 증거가 추가되고 있다. 호모 루조넨시스를 연구 중인 울롱공 대학(University of Wollongong)의 고생물학자 제리트 반 덴버그 박사는 “우리의 가설은 ‘호빗’ 조상들이 자바와 발리를 거쳐 동쪽으로 이동하기보다는 북쪽에서 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고고학자들이 호모 사피엔스와 같은 시기에 생존했던 네안데르탈인조차도 보트를 만들 수 있는 문화적·인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지 의심하는 가운데, 호모 에렉투스가 보트를 만들어 섬을 건넜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두 번째 가설로 어쩌면 호빗의 조상들 가운데 일부가 자바나 보르네오에서 쓰나미에 휩쓸려 플로레스 섬으로 도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호모 날레디의 주요 연구자 중 한 명인 존 호크스(John Hawks)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초기 호미닌은 어떻게 물을 건너는 데 성공할 수 있었을까?(How capable were early hominins of crossing water?)>라는 제목의 글에서 2004년 수마트라 지역에서 발생했던 쓰나미와 그 생존자에 관한 기사를 들어서 이 가설을 언급했다 .(쓰나미로 바다 한가운데로 휩쓸려간 기사의 주인공은 자신 주위에 있던 잔해와 나무조각을 모아서 작은 뗏목을 만들고 9일간 20km를 표류하다 지나가던 선박에 구조되었다.) 호크스 박사는 섬을 식민지화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섬과 본토 사이의 두드러지는 진화의 차이가 발견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섬과 본토 사이의 왕래가 쉬웠다면 섬과 본토의 생물들이 다르게 진화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발굴자인 마이크 머우드 박사 역시 그의 저서 <뉴 휴먼>에서 호빗이 뗏목을 타고 떠다니거나 초목에 매달린 채 강들에 휩쓸리다가 플로레스 섬에 도착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지금까지 고인류학은 아프리카에서 발원한 호모 사피엔스의 시각으로 현재의 인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최근 발견되는 동남아시아의 새로운 화석들은 이러한 기존의 연구들에 의문을 표하며 전혀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다양한 종들과 지구상에서 오랫동안 공존하거나 경쟁했던 시나리오가 펼쳐지는 것이다. 또한 인류 진화에 대한 기존 생각들과 믿음을 흔들어버린 것 이상으로,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21세기의 고인류학에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 중요한 발견이기도 하다.

이 발견은 고인류학에 여전히 발견될 새롭고 흥미로운 화석들이 존재하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화석이 발견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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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발견과정
화석의 특징들
호빗을 둘러싼 논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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