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소의 고래 사냥 게임
작성일2024.05.28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의 렘바타Lembata섬에 있는 라말레라Lamalera 마을은 전통적인 고래 사냥으로 유명한 곳이다.
라말레라의 경제는 고래 사냥 등 생계형 수렵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164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포르투갈 문서에는 이미 당시 고래 사냥이 목격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라말레라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고래, 쥐가오리, 돌고래와 같은 대형 바다 동물을 사냥해서 마을 전체에 식량과 생계를 제공한다.
이들은 아직까지도 간단한 범선을 타고 오래전부터 전해지는 금기나 전통에 따라 고래 사냥을 하고 있다.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 인도양과 태평양 사이를 이동하는 고래는 렘바타 섬 앞의 사부해를 지나간다.
따라서 렘바타에서는 5월 1일부터 고래 사냥이 시작되어 7월에 절정에 이른다. 고래 사냥이 결정되면 모두가 모여 현지 가톨릭 신부가 이끄는 미사에 참석하여 성공적이고 안전한 탐험을 기원한다.
그 후 해변에 정박해 있던 여러 대의 배들이 마을 전체의 환호를 받으며 고래를 잡기 위해 출항한다.
마을 주민들은 야자수 잎으로 만든 돛으로 움직이는 팔레당이라는 돛단배를 타고 약 13㎞ 떨어진 앞바다로 나가 고래를 찾아 사냥한다. 이 배에는 7~14명의 조타수,
노 젓는 사람, 작살잡이 등이 승선하며 팀원 중 가장 민첩한 사람은 작살을 들고 뱃머리에 선다. 고래를 발견하면 보통 돛을 내리고 선원들은 고래를 따라잡기 위해 맹렬히 노를 젓는다.
배 범위 안에 고래가 들어오면 작살잡이는 뱃머리에서 뛰어내려 작살을 고래의 등에 꽂는다. 그런 다음 고래가 지칠 때까지 보트는 고래를 따라다니고 당기기를 반복한다.
고래는 작살에 여러 번 찔린 후에도 지치는 데 몇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몇 시간 동안 보트는 끌려갈 수 있고, 한 선원의 증원에 따르면 선원들은 라말레라에서 약 100㎞ 떨어진 티모르까지 고래에 끌려간 적도 있다. 선원들은 음식과 물도 없이 사부해에서 5일 동안 조난당했다가 구조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한 시즌 동안 섬 주민들은 15~20마리의 고래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해에는 40마리를 잡기도 하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나 라말레라 섬에는 비옥한 토양이 없고 지형 전체가 돌로 이루어져 농작물 재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은 여전히 고래 사냥에 생계를 의존할 수밖에 없다.
매일 아침 일찍 각 목조 포경선(테나)의 선장은 작업을 위해 최소 8명의 선원을 모집해야 한다. 마을 주민들은 배에 합류할지,
아니면 혼자 또는 짝을 지어 해안 근처에서 작은 치어를 잡으러 갈지(또는 염소, 가금류, 돼지 등 가축을 돌보는 등 다른 육지 일을 할지) 결정해야 한다.
고래 사냥에 참여하는 각 선원은 평균적으로 해안 근처에서 낚시할 때보다 더 많은 고기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어업 구역에 고래 떼가 줄고 있는 것이 점차 분명해지면서 선장들은 날마다
배를 운항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전반적으로 포경선에 승선한 선원들은 특정 날에 바다에 나가지 않고 해안 근처에서 조업하지 않는데, 이는 다른 종류의
배, 작살 대신 그물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래 사냥꾼들이 직면한 '전략적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이렇게 어려운 해에는 사냥 시즌 내내 바다로 나가는 배의 수가 점차 줄어든다.
인류학자 마이클 알바드Michael Alvard와 데이비드 놀린David Nolin은 라말레라족에게 고래는 루소Rousseau의 사슴 사냥 게임stag hunt game의 사슴과 매우 흡사하다고 주장한다. 사슴 사냥 게임은 장 자크 루소의 이야기를 따서 만들어진 게임으로 ‘안전’과 ‘사회적 협력’ 사이의 갈등 관계를 설명하는 말이다. 이 이야기에서는 두 명의 사냥꾼은 각각 토끼나 사슴을 잡을 수 있다. 각 게임자는 상대편의 선택을 알지 못하고, 하나의 행동만 선택해야 한다. 만약 한 사람이 사슴을 잡고자 한다면, 그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파트너와 협력을 해야 한다. 토끼는 홀로 사냥할 수 있지만,(그림2 참조) 토끼는 사슴보다 가치가 떨어진다. 이것은 사회적 협력의 중요한 필요성을 가져오게 된다. 마이클 알바드와 데이비드 놀린 연구팀은 2018년 10월 1일부터 2019년 8월까지 라말레라에 거주 표 1959년부터 1995년까지 라말레라 사냥꾼들이 매년 포획한 향유고래의 수를 나타낸 그래프 하며 라말레라 주민들의 고래 사냥과 낚시의 참여율과 이러한 활동에서 수확한 고래고기와 물고기의 주요 분포를 기록했다. 기록에 따르면 80일간의 사냥 기간에 총 853회의 출항이 관찰되는데, 매일 사냥에 나서는 배의 수는 시즌 동안 2척에서 20척까지 다양했다.
1999년 시즌 초기에 20척의 모든 배에 선원을 배치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충분한 선원들이 추정되는 최적의 분배상태를 달성하기 위해 충분히 협력할 동기가 부여되었음을 시사한다. 기대 수익률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해질 때까지 협력이 유지되었으며, 이는 라말레라 포경이 협동 게임이라는 특징과 일치한다. 그러나 이 해에는 고래 사냥이 예외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고래잡이로 인한 수익은 개별 참여자에게 충분히 이익이 되는 경우에만 협력이 예측된다. 그러나 5월 이후부터 많은 배들이 조정 실패라고 할 수 있는 문제를 경험하기 시작했다. 다음 달에는 선원을 배치할 수 있는 배의 수가 감소하여 7월 3일에는 단 2척만이 출항했다. 고래는 거의 목격되지 않았고, 6월 11일에 고래 한 마리가 잡혔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이 충분하지 못해서 여전히 사람들이 바다로 나가기를 꺼려했다. 점점 출항의 조건인 8명의 남자를 모으는 것이 어려워졌다.
고래잡이가 장기적으로 1인당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준다고 가정할 때, 사냥꾼들이 지난 몇 년간의 사냥 경험에서 수집한 정보를 사용하여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치를 생성한다면,
협력 포경이 선호되는 활동이어야 한다. 실제로 지난 30년간의 수확량 데이터는 협동 포경이 일반적으로 낚시보다 훨씬 더 높은 총수익을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줬다.
평상시 1인당 평균 수익률은 0.63kg/시간으로 산출되었는데 이 비율은 낚시의 비율보다 62% 높은 유의미한 차이이다. 눈여겨볼 것은 1999년 시즌에 고래잡이배가 바다로 나가지 못했을 때
남성들은 낚시로 전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레파 기간 동안 하루 평균 낚시를 하러 가는 남성의 수는 약 7명(범위: 0-27명)으로 포경에 나간 116명에 비해 적었다.
고래잡이가 협동 활동이 아니었다면 얻을 수 없는 높은 수익을 개인에게 제공한다는 것을 마을 주민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고래잡이가 낚시나 다른 토착 활동보다
평균적으로 더 높은 수익을 제공한다고 가정하면, 고래잡이로 인한 보상 구조는 죄수의 딜레마와는 다 르며 조정 게임과 일치한다. 즉, 사냥꾼들 사이에 공동 작업에 대한 선호도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또한, 사냥꾼은 다른 사냥꾼이 사냥하는 것을 선호해야 한다. 정상적인 해의 라말레라의 많은 고래 사냥꾼에게는 사냥하는 것보다 협조하지 않는 것이 더 적은 보상을 받습니다.
협력하지 않는다면 인센티브는 없다.
사슴 사냥 게임의 토끼는 여기서는 물고기이다. 라말레라족은 고래와 다른 대형 해양 동물 외에도 많은 양의 물고기를 먹는다. 루소의 사슴 사냥 게임에서 토끼 사냥처럼
낚시는 고래잡이보다 다른 사람과의 협력이 훨씬 덜 필요하지만 1인당 식량 생산량은 많지 않다. 따라서 라말레라 남성들은 혼자 또는 소그룹으로 할 수 있고 전체 어획량을 통제할 수 있는
낚시와 포경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라말레라는 고래 고기 유통에 관한 엄격한 규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래잡이가 가능한 선택이다. 배에 타는 모든 사람들은 운이 좋아
고래를 잡으면 무엇을 받게 될지 알고 있다. 고래고기 분배에 관한 규칙은 다소 자의적일 수 있지만, 규칙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라말레라 포경업자들 사이에서 상식처럼 통용된다는
사실은 노력에 대한 보상이 어떻게 주어질지에 대한 모든 사람의 불확실성을 줄여준다. 이는 협동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공통 지식을 만드는 데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라말레라 남성들은 개별적으로 낚시를 할 것인지 포경선 선원에 합류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 외에도 어느 배의 선원에 합류할 것인지에 대한 또 다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어떤 관습이나 관례가 없는 상황에서, 배 선주들은 최고의 사냥꾼을 두고 경쟁하고 사냥꾼들은 최고의 배의 자리를 놓고 서로 경쟁하기 때문에 배 선원에 대한 결정은 라말레라 남성들
사이에서 경쟁일 수 있다. 이 문제는 보트 선원 구성에 관한 또 다른 관습으로 해결되는데, 보트에 탑승한 남성의 대부분이 같은 부계 혈통 그룹에 속한다는 것이다.
배의 선원은 주로 단일 혈통의 구성원들로 이루어진다는 라말레라 관습은 공통의 지식과 공유된 기대를 만들어 갈등을 방지하고 협력 가능성을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