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마니시(Dmanisi)

화석을 둘러싼 논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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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마니시(Dmanisi) - 화석을 둘러싼 논쟁들

작성일2020.06.18

화석을 둘러싼 논쟁들

<호모 에렉투스와 아웃 오브 아프리카>

드마니시인은 아프리카 바깥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고인류로 알려져서 소위 말하는 첫 번째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 때 아프리카를 벗어난 고인류로 여겨진다. 호모 사피엔스는 전 지구에 넓게 퍼져 살고 있으며 약 70억 명에 달하는 엄청난 개체 수를 자랑하는 가장 성공한 호미닌이다. 인류가 언제, 어떻게, 왜 아프리카를 벗어나 전 지구로 퍼져 나갔는지는 인류의 기원에 관한 연구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분야 중 하나이지만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 없이 여러 이론이 설전을 벌이는 백가쟁명의 상황이다. 호미닌을 연구하는 연구자들 사이의 논쟁은 대부분 이들에게 화석화된 뼈라는 제한된 정보만이 부정기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일어난다. 발견되는 화석도 거의 대부분 불완전하다. 이 뼈를 토대로 추정하는 인류의 생전 모습이 종을 구분하는 유일한 근거가 되는데,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뼈 화석이 나오면 새로운 종인지 아닌지 쉽게 알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실제로 고인류학계에서는 발굴한 화석이 이제까지 없던 새로운 종이라는 주장과 기존에 알고 있던 종의 일부인지를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거의 매번 벌어지곤 한다. 드마니시 화석의 연구진이 두개골 D4500과 아래턱뼈 D2600을 기반으로 새로운 호미닌 종 호모 게오르지쿠스를 발표했을 때도 비슷한 논쟁이 벌어졌다.

▲그림 14. 아프리카에서의 첫 이주 아프리카에서 이주한 최초의 호미니드 종은 호모 에렉투스였다. 이스라엘의 우베이디야 유적지에는 170만년 전의 호모 에렉투스 유적이 남아있다. 조지아에는 180만년 전의 호모 에렉투스 조지쿠스로 알려진 호모 에렉투스의 아종 유적이 남아 있다. (지도1 :170만년 전) Mojokerto Child의 유적에서 우리는140만년 전에 호모 에렉투스가 자바에 도달하기 위해 아시아 전역으로 이주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당시 육교로 본토와 연결되었다). (지도 2 : 140만년 전 참조).

1991년 드마니시에서 최초의 턱뼈 D2100이 발견되기 전까지 연구자들은 아프리카를 떠나는 최초의 호미닌이 호모 에렉투스라고 생각했다. 이 몸집이 크고, 비교적 큰 두뇌를 가진 호미닌은 약 1백 9십만 년 전에 생겨났고, 곧이어 정교하고 새로운 도구인 손도끼를 발명했다. 그들은 아프리카에서 이주한 최초의 인물로 생각되며 160만 년 전 이미 아시아의 맨 끝에 있는 자바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드마니시의 뼈와 도구가 계속해서 발견되면서 아프리카를 나온 조상들에 대한 다른 그림이 등장하고 있다. 드마니시의 호미닌이 처음 아프리카를 떠날 때 그들은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을 것이다. 고인류학계에서는 오랫동안 호모 에렉투스가 사냥하고 시체를 청소한 아프리카 초식동물이 초원이 확장되면서 이동한 경로를 따라 아프리카 대륙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21세기의 초반까지의 표준 학설이었다.

드마니시는 어떤 호모 종일까?

고인류학계에서는 새로운 화석이 발견될 때마다 환영과 함께 어김없이 논쟁이 발생한다. 고인류학 분야는 살아있는 표본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종의 정의를 위해서는 호모 화석들 사이의 변화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호미닌 화석의 발견이 매우 드물고 양이 적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호미닌 화석의 발견을 두고 화석 사이의 차이가 한 종 내의 자연적인 변이인지, 아니면 다른 종과의 명확한 구별인지 말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서 어떤 연구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을 현대 인간과 구별되는 종으로 생각하지만, 다른 연구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이 일상적으로 현대 인간과 교배했고, 따라서 다른 종은 아니었다고 주장하기도 하는 식이다. 드마니시 연구의 경우에서도 연구자에 따라서 호모 에르가스터와 호모 에렉투스는 다른 종으로 분류되기도 하고, 같은 종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웨슬리 칼리지Wellesley College의 고인류학과 교수 반 아스데일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들은 호모 에렉투스는 주로 동부 및 동남아시아에서 발견되는 화석을 가리키는 것으로 제한하고, 서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일부 화석은 호모 에거스터로, 유럽의 화석은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로 가장 잘 묘사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거의 모든 호모 속 호미닌의 발견은 호모 에렉투스의 “umbrella” 아래에 있지만, 모든 연구자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University of Pittsburgh의 제프리 슈워츠Jeffery Schwartz 교수는 “고인류학자들은 종종 일정 시대에 살았던 모든 호미닌이 호모 에렉투스라는 가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호미닌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근거한 곳이 아니라 그들이 살았던 시간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것은 완전히 근거 없는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드마니시 화석들은 이러한 논란을 매우 심하게 겪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발견되는 두개골과 아래턱뼈가 기존의 호미닌 화석에서 볼 수 없었던 모자이크 특성을 강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다섯 개의 두개골의 형태학적 특징과 크기가 뚜렷하게 달라 보였던 것 역시 논쟁을 부추긴 이유이다. 그렇다면 드마니시의 화석들은 호모 에렉투스나 호모 에르가스터일까?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종이 호모 게오르기쿠스라고 불러야 할까? 1991년 첫 발견 이후 20여 년 동안 학자들 사이에 다른 의견을 보이던 이 문제는 2013년 드마니시 발굴팀의 주요 연구자인 데이비드 로드키파니제와 아베살롬 베쿠아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으로 일단락한 것으로 보인다. (<A Complete Skull from Dmanisi, Georgia, and the Evolutionary Biology of Early Homo>)

약 260만 년 전에 유라시아 지역으로 유입되어 이들의 흔적은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루마니아, 이스라엘, 코카서스 산맥, 러시아의 대평원 등 여러 지역에서 발견된다. 맘무투스 메리디오날리스와 더불어 플라이오세 말기에 드마니시로 유입된 동물 중에는 말 ‘에쿠스 스테노니스’가 있다. 이 종은 오늘날의 말, 당나귀, 얼룩말로 이어지는 계보의 시조이다. 지면에서 등허리까지 평균 1.5m에 달하는 지금의 말보다 일반적으로 몸집이 큰 편이었다.

▲ 그림 15. 호미닌 화석의 발견이 매우 드물고 양이 적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호미닌 화석의 발견을 두고 화석 사이의 차이가 한 종 내의 자연적인 변이인지, 아니면 다른 종과의 명확한 구별인지 말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연구자에 따라서 호모 에르가스터와 호모 에렉투스는 다른 종으로 분류되기도 하고, 같은 종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거의 모든 호모 속 호미닌의 발견은 호모 에렉투스의 “umbrella” 아래 놓이며 드마니시의 경우도 발견 초기 호모 게오르기쿠스라는 새로운 종으로 명명되었지만 호모 에렉투스로 재분류되었다. 출처:<Comment on "A Complete Skull from Dmanisi, Georgia, and the Evolutionary Biology of Early Homo". Science>

이 논문에서 연구진은 21세기에 사는 인간들을 비교해 보면 인종마다 또는 개체군마다 키, 피부색, 얼굴 모양, 체형 등이 서로 상당히 다르지만 같은 종이듯이 호모 에르가스터,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빌리스, 호모 루돌펜시스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연구진은 기존에 발견됐던 초기 인류의 다양한 화석들과 드마니시의 화석, 침팬지류, 그리고 현생인류를 생김새 차이를 중심으로 분류해 배열했다. 먼저 아프리카와 드마니시의 200만~180만 년 전 초기 인류의 몸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았다. 얼굴의 너비, 광대뼈의 형태 등의 특징이 비슷했다. 눈두덩의 높이 등 세세한 생김새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오늘날의 침팬지나 보노보 등이 한 집단에서 보이는 개체별 특징 차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를 통해 추정해 보면, 초기 인류 사이에 보이는 몸의 생김새 차이는 서로 다른 종이라서가 아니라 한 종 안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성 때문일 가능성이 더 높다.

폰스 그 레옹의 연구소의 신경생물학자이며 논문의 공동저자인 크리스토프 졸리코퍼Christoph Zollikofer 박사는 "드마니시의 화석들은 서로 상당히 다르게 생겼다는 것을 발견하기 때문에 다른 종으로 발표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이 개체가 동일한 위치와 지질학적 시간에서 왔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단일 종의 단일 개체군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상대적으로 격차가 큰 드마니시 두개골들 덕분에 많은 변동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종의 현대 개체군이나 침팬지와 보노보에서 발견되는 변화량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졸리코퍼 박사는 말했다. 데이비드 로드키파니제 박사 역시 "이들 드마니시 화석의 차이는 현대인 5명이나 침팬지 5마리보다 다 더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결론적으로 드마니시의 호미닌이 아프리카 호미닌과 매우 비슷하며 나아가 이들을 같은 종, 즉 호모 에렉투스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일 약 180만 년 전에 지구에 살았던 세 가지 호미닌 종이 하나의 종으로 모인다면, 호모 하빌리스와 호모 루돌펜시스는 호모 에렉투스의 일부가 된다. 드마니시에서 발굴된 두개골들의 유사성은 모두 호모 에렉투스에 속하기 때문이라고 졸리코퍼 박사는 말했다.

그러나 반론도 존재한다. 아프리카에서 인도네시아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서식했던 세 가지 종이 호모 에렉투스라는 종으로 모인다면 이것은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라고 독일의 라이프치히에 위치한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Evolutionary Anthropology의 고생물학자인 프레드 스푸어Fred Spoor는 말했다. 그는 해당 연구가 생물종 사이의 차이점을 밝히는데 필수적이지 않은 일반적인 두개골 용적에 대한 통계적인 분석방법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들 일반적인 평가보다 연구자들은 두개부의 높이나 눈구멍의 직경과 같은 특정한 해부학적인 특징을 분석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브리스톨 대학에서 해부학을 가르치고 있는 앨리스 로버츠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머리뼈의 모양을 분석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일이다. 신체적 특징이 각 집단 혹은 종에 따라 다른 것은 분명하지만 문제는 하나의 집단 안에서도 또 다양한 형태의 신체적 특징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점이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아직 머리뼈의 다양한 형질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툭 튀어나온 이마와 납작한 코가 서로 독립적으로 발달하는 형질인지 아니면 하나가 생기면 반드시 다른 하나가 따라오게 되어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이런 형태가 같거나 다르기 때문에 이 머리뼈들이 같은 집단 혹은 다른 집단에 속한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그다지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앨리스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딱딱한 음식을 많이 먹고 자란 사람은 당연히 아래턱이 더 튀어나오고 음식을 씹는데 관여하는 근육을 더 발달시켜 결과적으로는 눈 윗부분의 뼈를 툭 튀어나오게 할 수도 있다는 가정을 제시한다. 이 사람의 머리뼈는 분명히 부드러운 음식을 주식으로 해 온 사람의 머리뼈와 비교한다면 몇 가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딱딱한 음식을 주식으로 한 호모 에렉투스의 머리뼈와 비교한다면 유사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두 머리뼈가 유전적으로 관계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비슷한 음식을 섭취한 결과라는 데 문제가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호모 속의 문제는 더 많은 화석의 발견과 연구가 진행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무리하며>

그동안 아프리카를 떠난 최초의 호미닌은 호모 에렉투스라는 것이 정설로 여겨져 왔으며, 에렉투스가 Turkana boy 화석에 나타난 현대적인 몸 모양과 이족보행에 완전히 적응한 후에 아프리카를 떠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180만 년 된 드마니시의 호미닌들은 이러한 가정들에 도전한다.
드마니시 유적에서 발견되는 석기 도구들은 25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처음 볼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석기들이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드마니시인들과 거의 동시에 아프리카에 살았던 호미닌은 손도끼와 같은 훨씬 더 진보된 도구를 만들고 있었다. 드마니시의 발견은 아프리카를 떠난 최초의 인간이 더 큰 뇌를 가진 손도끼를 들고 어쩌면 불을 사용했을 호모 에렉투스가 아니라는 것을 암시한다. 이것은 고인류학계에 다시 처음 아프리카를 떠난 호미닌들이 왜 아프리카를 떠났는지에 대한 이론의 재평가를 일으켰다.
드마니시 화석을 연구하고 있는 고고학자 마사 타펜은 “고고학자로서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을 가지고 작업한다. 우리는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검증해보고, 새로운 것을 알아낸 뒤 ‘오메oops’라고 말한다. 그리고 또다시 새로운 가설을 만들어야 한다.”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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