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날레디(Homo naledi)

날래디는 죽은자를 매장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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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날레디(Homo naledi) - 날래디는 죽은자를 매장한 것일까?

작성일2019.01.06

날래디는 죽은자를 매장한 것일까?

정교한 도구 제작에 어느 정도 추상적인 사고력이 필요하다면, 장례 의식에는 훨씬 더 많은 추론력이 필요하다. 호모 날레디의 두개골은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호모 속의 다른 종들과 비교가 가능해졌다. 발견팀은 날레디 화석 뼈의 주인들이 사망 당시 동굴 입구나 안에 의도적으로 안치되었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는데 전문가들은 이러한 가설은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발굴 초기부터 발굴 작업의 주도자였던 리 버거에게는 신경 쓰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새 뼈 몇 개를 제외하고는 동굴 방에서 단 하나의 동굴상(fauna)도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화석과 관련된 거의 모든 상황에서 동물상은 대부분의 뼈 무더기를 대표한다. 호미닌 화석은 드물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호미닌 화석 하나에 대략 수만 개의 동굴 뼈가 발견된다. 호모 날레디의 경우에 동굴에서 지하 30m에 있는 한 지점에서 뼈 무더기가 발견되었는데, 설치류 몇 마리와 올빼미 한 마리를 제외하고는 모든 뼈가 호미니드의 것이었다.

버거는 발굴팀이 호미닌 화석만을 수집하고 동물 뼈는 그 자리에 놔두었다고 생각했다. 호미닌의 뼈뿐만이 아니라 모든 뼈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버거는 발굴팀의 일원인 마리아나에게 신경 쓰이던 사실을 물었다. “혹시 호미닌 유물만 골라서 수집하고 있나요?” 그런데 마리나의 대답은 놀라운 것이었다. “아니요. 거기엔 호미닌 뼈밖에 없어요.”

60cm 남짓한 좁은 통로를 낮은 포복으로 기어서 또는 엉금엉금 기어올라 겨우 닿을 수 있는 곳에 1000점이 넘는 고인류 화석들이 있었다. 동물들이 조금씩 가져다가 쌓았다고는 볼 수 없는 수이다. 누군가 그곳으로 우연히 기어들어 갔다가 죽었다고도 볼 수 없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많은 개체들이 너무도 온전히 남아 있었다. 화석에는 육식동물에게 공격당한 흔적도 없고 식인 행위로 희생된 것도 아닌 것으로 보였다. 더군다나 화석 뼈는 한꺼번에 쌓인 것도 아니었다. 암석이나 퇴적물이 입구에서 동굴 안으로 떨어진 흔적도 없었으므로, 뼈를 동굴로 쓸어올 만한 물의 흐름도 없었다는 의미이다. 게다가 화석의 연대를 측정하는 데 사용될 만한 그 어떤 다른 물질도 없었기 때문에, 발굴팀은 가장 합리적인 가설은 같은 종에 속하는 일원이 죽은 자들을 의도적으로 동굴 안에 안치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확대 ▲그림 30. 호모 날레디 연구팀은 날레디가 시체를 동굴의 통로를 통과해 의식적으로 디날레디 방으로 운반했다고 주장한다. 날레디가 의식적으로 시체를 운반했다면,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다수의 인원이 협력해서 깊고 어두운 동굴로 이동했을 것이다. 매장문화를 가진 호미닌이 호모 사피엔스와 공존했던 네안데르탈인인 것을 고려한다면 이것이 매우 논쟁적인 주장임을 알 수 있다. (출처 : 존 호크스)

죽은 이를 특별하게 다루는 행위는 인류의 사회문화 체계에서 전반적으로 보인다. 현생 인류라면 놀라울 일도 아닐 이러한 주장이 충격적이고 받아들이기 힘든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날레디의 머리 크기는 600㏄도 채 되지 않는다. 현생 인류 평균 두뇌 용량인 1300㏄의 2분의 1도 되지 않는 작은 크기이다. 초기 인류가 300만~400만 년 전에 갖고 있던 두뇌 용량이 450㏄, 230만 년 전에 나타난 호모 하빌리스가 600㏄ 정도 크기의 두뇌 용량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시신 안치 행위는 종래에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에게 한정된 것으로 여겨졌던 행위로 그 기원이 10만 년을 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최근 스페인의 아타푸에르카(Atapuerca) 지역의 시마 데 로스 우에소스 동굴에서 발견된 40만 년 전의 네안데르탈인의 뼈 무더기는 장례 행위가 시작된 시기를 재고하게 해주었다. 특히 50km나 떨어진 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돌로 만든 섬세하고 아름다운 석기 단 한 점을 시신이 쌓인 구덩이에 남겨 놓은 행위는 매장 행위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이다. 그럼에도 추론을 따르는 행위, 죽은 자의 의도적인 매장과 불의 사용과 제어 등은 여전히 작은 뇌를 가진 종보다는 상대적으로 진보한 인간과 연계된 행동들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에 호모 날레디가 매장되었을 것이라는 발굴팀의 주장은 더 많은 증거와 논의가 필요한 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

확대 ▲그림 31. 스페인의 아타푸에리카 산에 위치한 시마 데 로스 우에소스는 다양한 시대의 화석과 유물들이 매장되어 있는 유적지이다. 이곳의 복잡한 동굴 속 호미닌 화석은 호모 날레디의 매장 과정을 유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호크스는 “호모 날레디가 어둡고 멀리 떨어진 곳에 시신을 보관했다는 가설에 힘이 실리는 것 같다.”며, “라세디 동굴의 발견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여러 구의 유골 화석을 찾아낸 것이 우연의 일치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호모 날레디가 동족의 주검을 보관하고 있었던 것은 상당한 지능과 문화의 첫 시작을 암시하는 놀라운 행동이라는 생각에 무게를 더해준다고 말했다. 호모 날레디가 시신을 지하의 접근하기 어려운 동굴 방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시마 데 로스 우에소스의 네안데르탈인과 거의 유사하다.

스토니브룩 대학교의 해부학자 윌리엄 웅거스(William Jungers)는 호모 날레디 화석이 호모 속에 속한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들이 복잡한 사회적 조직과 상징적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는 것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웅거스는 “죽은 자를 구멍 안으로 던져 넣는 것이 주변에서 썩어가도록 두는 것보다 나았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아마도 과거에는 뼈들이 발견된 동굴 방에 접근하는 길이 더 쉬웠을 수도 있다고 추측한다. 날레디 화석을 보기 위해 요하네스버그를 방문한 리처드 리키는 “분명 다른 입구가 있음이 틀림없다. 단지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단정 짓기도 했다. 그러나 발견팀은 지표면에서 디날레디 방에 이르는 다른 접근로나 더 쉬운 방법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히며 이러한 주장들에 반박했다.

미주리 대학교의 병리학자이자 해부과학자인 캐럴 워드(Carol Ward) 교수도 의도적인 매장 가설에 비판적이다. 그녀는 “정말 동굴 방에 다다르기가 그토록 힘들다면, 어떻게 어둠 속에서 그 멀고 좁은 길을 통해 시체를 옮길 수 있었을까?”라고 질문했다. 두 동굴 방에 도달하려면 완전한 어둠 속에서 60~70m에 이르는 경사로와 수직 통로를 지나야 하고 30cm 폭을 가진 좁은 통로를 시체를 끌고 통과해야 한다. 대부분은 이곳을 통과할 수 없으며 버거 자신도 2014년 이곳에 꽉 끼인 채 움직이지 못한 적이 있었다. 지질학자들은 라이징스타 동굴이 30만 년 전에도 오늘날처럼 접근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버거는 복잡한 동굴 내부에 사체를 안치하는 일은 어둠 속에서 들어가고 나오는 길을 잃지 않도록 횃불을 들거나 중간중간에 불을 피워두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발견팀이 의도적인 사체 안치 가설에 대해 아직까지 믿을 만한 증거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론한다.

확대 ▲그림 32. 동굴 안 깊은 곳에 위치한 디날레디 방에 많은 수의 유골이 모여있는 이유에 대한 가설 가운데 하나는 그림(위쪽)에서와 같이 시체를 동굴 밖 구멍에서 동굴 속으로 던졌다는 것이다. 그림은 스페인 아타푸에리카의 시마 데 로스 우에소스의 매장 모습으로, 함께 발견된 유일한 인공유물(artifact)인 돌도끼(왼쪽 아래)를 시체와 같이 던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호모 날레디의 발견 유적지에서는 어떠한 인공유물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버거와 발견팀은 “그 개체들이 의례 행위를 수행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사체를 동굴 안에 모아두는 것은 장례 행위와 유사한 상징적 사고를 보여 준다고 말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러한 관습을 ‘의례화된 처리(ritualized treatment)’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의례'란 의도적·반복적 관습일 뿐, 종교의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확대 ▲그림 33. 이스라엘 나사렛 근처에서 발견된 9만 년 전의 성인 여성과 아이의 화석. 다리를 가슴 위로 올려놓은 자세로 좁은 구덩이에 여성과 아이가 함께 묻힌 모습으로 발굴되었다.

많은 사람이 오렌지 크기의 뇌를 가진 생물체가 시신을 안치하는 것과 같은 상징적인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그렇지만 호모 날레디를 발견한 학자들은 “누군가 더 나은 설명을 가지고 나오기 전”까지는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 같다.

버거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심사숙고하게 되었다. 장례의식은 현생 인류에만 나타난다고 생각했는데, 틀린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아주 오래전부터 물려받은 행동으로 어쩌면 가장 초기의 인류도 할 수 있었던 행위가 아니었을까?”라고 말한다. 그는 원시적인 형질과 현대적인 형질이 혼합된 새로운 형태의 호미닌 발견으로 인간이 되기 위한 조건들을 다시 정의해야만 한다고 믿는다.

정말 호모 날레디는 죽은 이를 따로 장사 지내고
특별한 장소에 계속 묻었을까?

우리는 그동안 상징적인 행위는 현생 인류가 나타난 다음에야, 현생 인류의 머리만큼 커진 머리가 나타나고 나서야 가능했다고 믿어왔다. 그런 상징적인 행위가 현생 인류가 나타나기 훨씬 전인 23만 년 전, 어쩌면 그보다도 오래전에 현생 인류 머리 크기의 반도 안 되는 두뇌 용량을 가지고 있는 인류 조상에게서 나타났다는 가설은 다분히 충격적이다.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호모 날레디의 발견은 우리가 화석 인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크게 변화시켰다. 그것은 단순히 화석 기록에 관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기록을 재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하나의 패러다임의 변화이다. 호모 날레디는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호미닌 화석이 수 없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동시에 진화의 개념이 평범한 단선이 아닌 복잡하게 뻗어나가는 다양한 가지의 형태라는 것을 확신시켜 준다. 그러나 호모 날레디가 인류 진화의 가계도에 어떤 가지를 두고 있는지, 우리의 직접적인 조상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호모 날레디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릅니다. 호모 속일 수도 있고, 우리와 교배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모릅니다."라고 리 버거는 말한다. 라이징 스타 동굴의 호미닌은 아직도 많은 비밀과 수수께끼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