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날레디(Homo naledi)

화석의 특징들

지식
나눔

호모 날레디(Homo naledi) - 화석의 특징들

작성일2019.01.06

화석의 특징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인 해부학적 구조는 호모 날레디를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아닌 호모 속이라 결정하게 만들었다. 날레디는 크게 손, 이빨, 신체 크기 세 가지 특징을 호모 속과 공유했다. 손은 도구를 제작하기에 적합했고, 이빨은 호모 속의 모든 종과 같이 고품질 식단에 적응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신체 크기, 특히 다리와 발은 인간을 닮았다. 이 세 가지는 인간과 우리의 가까운 친 적들이 환경 안에서 일하고, 움직이며 살아가는 방식의 중요한 측면이라고 버거는 말했다. 또한 날레디의 골격은 호모 속의 기원이 복잡하고 여러 계통의 잡종일 가능성을 시사하며, 호모 날레디는 아마도 별개로 진화한 종처럼 보인다.

전체적인 형태와 구조

해부학적으로 호모 날레디의 골격 구조는 수수께끼의 모음집과 같다. 이들의 골격은 최근에 발견된 아르디피테쿠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 드마니시의 호모(호모 게오르기쿠스) 그리고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와 더불어 머리 아랫부분의 골격을 포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표본이다. 호모 날레디의 신체적 특징들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과 유사하면서도 호모 속에 속하는 많은 특징들이 섞여 있으며, 이것은 다른 호미닌 종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특징이다. 연구팀은 이것을 “해부학적 모자이크(anatomical mosaic)”라고 부른다. 우리는 앞서 이러한 특징을 이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의 발견에서도 본 적이 있다. 세디바는 인간을 닮은 얼굴과 엉덩이를 가졌지만, 그 나머지 부분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처럼 보였으며, 몇 가지 특징은 심지어 유인원의 것과도 비슷했다.

호모 날레디 골격의 해부학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발견되는 ‘원시 형질(plesiomorphic or ancestral traits)’과 후기 호미닌에서 보이는 ‘파생 형질(derived traits)’들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러한 발견은 우리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로의 전환 과정에 있는 초기 인류 화석을 해석해 온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 화석들은 대개 전체 골격이 아닌 몇 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호미닌 화석은 그 연대가 오래될수록 발견되기 힘든 특징이 있기 때문에, 고인류학자에게는 두개골 하나, 아래턱 하나, 심지어는 이빨 화석 하나가 소중하고 중요한 발견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적이거나 단편적인 뼈를 토대로 많은 분류가 이루어져 왔다. 예컨대 호모 하빌리스와 루돌펜시스는 거의 완벽한 두개골이 발견됐지만, 그것에 달린 손이나 발을 갖고 있지 못한다. 하빌리스와 루돌펜시스 큰 두개골 용량이 이들을 호모 속으로 규명했지만, 그들의 손과 다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버거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와 호모 날레디가 주는 교훈은 아래턱뼈나 위턱뼈 또는 이빨 몇 개를 가지고 나머지 신체 구조를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골격은 호모 날레디가 직립 상태로 두 발로 걸었음을 시사하며, 골반의 형태와 둔부의 구조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비슷하지만, 다리, 발 그리고 발목은 호모 속에 더 가깝다. 체격은 성인 남성 약 150cm, 45kg으로 추정된다(여성은 좀 더 작고 체중이 덜 나갔을 것이다.)

두개골과 뇌

부분적인 두개골이 4점 발견된 상태였는데 2점은 남성, 2점은 여성의 두개골로 추정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 두개골은 호모 속으로 분류할 수 있을 정도로 분명히 진화한 상태였다. 그러나 두개골의 크기가 남성은 560cm3, 여성은 465cm3로 고릴라의 두뇌 용적과 비슷할 정도로 작았다. 레세디 방에서 발견된 다섯 번째 남자 두개골의 용량은 610cm3로 약간 더 컸다. 이것은 호모 에렉투스의 평균 두개골 크기인 900cm3보다 훨씬 작고, 현대 인류와 비교해도 절반에 훨씬 못 미치는 크기였다.

큰 뇌는 인간의 필수 요건으로, 지능을 활용해 살도록 진화한 종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호모 날레디의 두개 용량만을 보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날레디의 키와 몸무게를 고려한다면 마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 속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던 종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두개 용량이 아닌 두개 구조 자체는 다른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확대 ▲그림 17.호모 날레디는 같은 시기에 살았던 원시적인 인간과 매우 달랐다.
왼쪽: 잠비아에서 발견된 Kabwe 두개골 오른쪽: 호모날레디의 “네오” 두개골 (출처: 존 호크스)

2018년 5월 인류학자들은 비록 호모 날레디의 뇌는 작지만, 그 구조적 특징의 복잡함은 현대 인간의 뇌와 구조적 유사성을 띠고 있음을 밝혀냈다. 전미 생물 인류학 학회(AAPA)에서 버거는 호모 날레디의 뇌에서 현생 인류를 닮은 신경학적 특성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호모 날레디의 두개골 안쪽을 스캔한 결과는, 현생 인류의 뇌에서 언어의 표현에 관여하는 브로카 영역이 위치한 곳과 같은 부분에서 뇌가 같은 모양으로 접혀 있는 것을 보여 주었다. 연구자들은 이것이 호모 날레디의 뇌에서 브로카 영역의 흔적이 보이는 증거라고 결론지었다.

브로카 영역(Broca's area)이란 프랑스 외과의사 폴 브로카(Paul Broca)가 발견한 뇌의 한 부분으로 언어 표현 능력과 관련이 있어 이 부분이 손상되면 언어 구사 능력이 떨어지는 ‘브로카 실어증’이 나타난다. 브로카 영역의 발달은 약 100만 년 전에서 80만 년 전 초기 인류에게서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호모 날레디는 그중 추상적인 개념인 죽음을 특별한 의미로 생각하기 시작한 종이라는 점에서 현생 인류와 초기 인류의 징검다리 같은 역할을 하는 종이 아닐까 추정된다.

호모 날레디가 죽음을 특별한 의미로 생각했다는 것은 그들이 발견된 장소와 관련된 논쟁과 관련이 있다. 화석의 상태나 디날레디 방의 구조로 볼 때 화석 뼈들이 포식자 동물에게 옮겨지거나 홍수와 같은 재해로 휩쓸려서 동굴 안으로 들어오기에는 것이 연구팀이 주장이다. 그렇다면 호모 날레디의 화석 뼈들은 어떻게 동굴 속 깊숙한 방 안에 있었던 것일까? 연구팀의 가설에 따르면 날레디가 사체들을 의도적으로 동굴방에 넣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인류학과 랠프 홀러웨이(Ralph Holloway)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팀이 호모 날레디의 뇌를 3차원(3D) 컴퓨터 모델로 복원하고 그 분석 결과를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시기상으로 현생 인류와 가깝고 무덤이 장례 문화의 산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호모 날레디의 작은 뇌는 미스터리였는데, 이번 3D 복원 분석으로 이 작은 뇌의 미스터리가 밝혀졌다. 호모 날레디의 뇌는 크기는 작았지만 호모 하빌리스나 호모 에렉투스와 유사한 구조적 특징을 가진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홀러웨이는 “의사 결정 등 고등 지능과 관련된 전두부 비중은 현대인과 비슷하며, 훨씬 이전 시기의 호미닌이나 유인원과는 확연히 다르다.”며 “뇌의 기능적인 진화가 현생 인류를 비롯한 호모 속의 공통점”이라고 밝혔다.

확대 ▲그림 18.왼쪽: 홀로웨이 교수가 두 개의 현대인의 두개골을 들어 보여주고 있다. (출처: Jen Pinkowski)
오른쪽: 호모 날레디의 뇌와 엔도캐스트를 디지털 스캔으로 복원한 모습. (출처: eLIFE)

호모 날레디는 다른 호미닌이나 대형 유인원에서 발견되지 않는 호모 속의 여러 종들과 공통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이것은 뇌 구조에서의 혁신이 우리 속의 조상에서부터 일찍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호모 날레디의 뇌 모양은 최소 5명의 개체에서 나온 두개골 조각들과 부분적인 두개관들로부터 추적할 수 있었다. 특히 놀라운 것은 뇌의 좌측 전두엽 표면에서 보인 주름의 형태이다.

“호모 날레디 전두엽의 해부학적 구조는 인간과 비슷했고 대형 유인원의 그것과는 매우 달랐다”고 연구에 참여한 한 과학자는 말했다. “호모 속의 구성원인 호모 에렉투스에서부터 호모 하빌리스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작은 뇌를 가진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또한 전두엽의 특징들에서는 현생 인류와 유사하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2003년 인도네시아의 플로레스섬에서 발견된 독특한 호미닌 화석종으로 이 종에 관해서는 이후의 글에서 자세히 다뤄질 예정이다.)

손과 발의 구조

이번 연구에 참여했건 하지 않았건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호모 날레디의 유골에 대조적인 해부학적 특징들이 혼재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적으로 보이는 턱, 치아, 발을 보면 호모 날레디는 영락없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이 아니라 호모 속에 편입되어야 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팔은 골반이나 발과 비교하면 진화적으로 변화가 느리다. 어깨 관절이 위를 향하고 안쪽을 바라보는 점 등은 모든 초기 호모 종에서 나타난다. 그 예로, 호모 하빌리스의 손가락뼈는 약간 휘어져 있지만 호모 날레디의 경우는 다른 호미닌에 비해서 크게 굽어 있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와 호모 날레디 둘 다 튼튼한 손가락뼈를 갖고 있었는데 강력한 손가락 근육이 부착되어 있었다는 증거이다. 호모 날레디의 첫 번째 손허리뼈에서 보이는 특이한 중수골(metacarpal, 손목과 손가락 사이의 손바닥 뼈)이 그런 근육이 연결된 곳이다. 호모 하빌리스와 호모 날레디의 엄지손가락은 현대적인 비율을 가졌다.

호모 날레디는 나무를 타기에 적합한 손과 땅 위를 걷기에 편안한 발을 동시에 갖추고 있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 비해 손놀림이 훨씬 발전된 구조로 일부 뼈들은 현대 인간과 닮았으나 어떤 뼈들은 인간의 초기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더 닮았다. 엄지, 손목, 그리고 손바닥의 뼈는 현대적인 반면에 나머지 손가락들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처럼 휘어져서 나무를 오르는 데 유용한 형태였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직립 보행을 했지만 강한 팔뼈와 길고 약간 휘어진 손가락뼈를 가졌기 때문이다.

확대 ▲그림 19. 고릴라와 영장류들은 나뭇가지를 잡기 쉬운 구부러진 손가락뼈를 가지고 있다. 반면에 현생 인류는 육상 생활에 적응하면서 곧은 손가락뼈를 갖게 되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같은 초기 호미닌의 손가락뼈는 이족보행과 나무타기 생활의 중간적 특징을 보여준다.

호모 날레디의 다리가 팔 길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것도 호모 속으로 분류하는 근거 중 하나였다. 다른 화석종들의 경우 팔과 다리의 길이를 비교할 표본이 드물지만 이용 가능한 경우, 호모에서만 다리 길이가 길어지는 경향이 명백하다. 한편 일부 과학자들은 호모 날레디의 손 모양을 보고, 최초로 도구를 만든 것으로 알려진 호모 하빌리스의 초기 표본을 떠올린다.

또한 호모 날레디의 발 모양을 분석한 윌리엄 하코트 스미스 박사(미국 자연사박물관, 레만 대학)에 따르면, 호모 날레디의 발 모양은 현대인과 거의 구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현대적인 발과 긴 다리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호모 날레디는 먼 거리를 직립보행하는 데 매우 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그는 말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발도 나머지 발가락들과 완전히 정렬된 엄지발가락 및 짧은 발가락들 등 어느 정도 발달한 특징을 보여 주고 있지만, 다른 남아프리카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아주 원시적인 특징들도 지니고 있다.

확대 ▲그림 20. 날레디의 발은 매우 발달 된 형태로 “발만 따로 발견했다면 현대의 부시먼이 죽었나보다 하고 생각했을 겁니다”이라고 미국 듀크 대학교의 고생물학자 스티브 처칠은 말했다. 사진의 C에서 아치형의 발바닥을 볼 수 있다.

치아와 턱 구조

확대 ▲그림 21. 날레디의 이빨 역시 원시적 형질과 파생적 형질을 함께 보여주는 모자이크식 형태이다.(출처: 리 버거)

이빨과 아래턱 근육 조직은 대부분 오스트랄로피테쿠스보다 훨씬 더 작았으며, 이것은 씹는 데 큰 힘이 필요하지 않은 식단을 가졌음을 시사한다. 작은 이빨을 가지고 있었지만 세 번째 어금니는 다른 어금니들보다 더 컸는데 이것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비슷한 특성이었다. 이빨 구조와 발달 과정 또한 원시 형질과 파생 형질을 함께 보여 준다.

▲그림 22.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침팬지, 현생인류 어금니

호모 날레디의 상대적으로 길고 마모 저항성이 큰 어금니는 다른 남아프리카 호미닌보다 더욱 거친 식단을 가졌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2017년 《미국 형질인류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PHYSICAL ANTHROPOLOGY)》에는 호모 날레디의 치아 화석을 통해 그들이 어떤 음식을 주로 섭취하였는지 추론하는 논문이 실렸다. 영국의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교의 이안 토울(Ian Towle)이 이끄는 연구팀은 고인류의 화석을 분석하여 그들의 주 식단과 습관에 대해 발표했다.

잎과 풀을 주식으로 하는 포유동물은 날카롭고 뾰족한 끝부분들과 여러 개의 능선으로 이루어진 더욱 복잡한 구조의 어금니를 갖고 있다. 과일이나 견과류처럼 부숴야 할 필요가 있는 식단을 가진 동물들은 좀 더 밋밋하고 덜 복잡한 어금니를 갖는다. 호모 날레디의 어금니는 다른 남아프리카 호미닌들의 것에 비해 더 길고 마모에 대한 저항성이 더 큰 구조였다. 이들이 이빨을 더욱 심하게 마모시키는 식단을 가졌다는 증거이다.

현미경으로 호모 날레디의 치아를 자세히 관찰하면 작은 균열(홈)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굴에서 발견된 호모 날레디 치아 화석 중 44%~56%가 이러한 손상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것은 100만 년 전에서 300만 년 전 남부 아프리카를 누볐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나 파란트로푸스 로부스투스가 가진 21%, 13% 비율의 치아 균열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였다.

왜 이런 모양의 치아 손상이 생겼는지는 세부적인 수치를 들여다보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치아의 균열과 갈라짐은 대부분 딱딱한 물체를 씹거나 흙이 섞인 음식을 섭취하면서 생기는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균열들이 어디에 위치한 치아에서 발견되는가이다. 만약 치아를 도구처럼 사용할 경우에는 이러한 균열이나 마모들이 앞니에서 많이 나타난다.

호모 날레디 치아의 경우 입 안쪽에 위치한 치아들이 50%가량 균열을 보였으며 다른 부분에 위치한 치아들은 31%에 그쳤다. 위턱(상악골)의 치아는 45%, 아래턱의 치아는 43%로 윗니가 아랫니보다 근소하게 더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균열이 있는 어금니의 인접 치아의 경우 73%가 같은 현상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오른쪽에 위치한 치아는 50%, 왼쪽에 위치한 치아는 38%로 오른쪽에 위치한 치아가 더 큰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호모 날레디 치아 화석이 가지고 있는 균열은 앞쪽보다는 뒤쪽에서, 왼쪽보다는 오른쪽에서 그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난다. 즉 치아를 도구로 사용했다고 보기보다는 그들의 먹는 음식의 종류가 더 딱딱하고, 거친 입자가 섞인 식단이었을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보고 있다.











◀ 그림 23. 날레디의 치아 표면에서는 50%에 이르는 치아의 작은 손상과 균열을 확인 할 수 있다. (오른쪽) 이를 통해 호모 날레디가 작고 단단한 물체를 규칙적으로 씹어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이안 토울)

흥미롭게도 유인원들의 치아와 비교해 보면, 고릴라가 11%, 침팬지가 5% 정도의 치아 균열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딱딱한 껍질의 과일과 뿌리식물을 주식으로 삼는 개코원숭이가 호모 날레디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더불어 인류의 경우 1000년~1700년 전 이탈리아와 미국, 1만 1000년~1만 2000년 전 모로코에서 거주하였던 사람들의 치아 균열 비율이 비슷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피터 웅가(Peter Ungar)와 버거는 같은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서 보다 정교한 치아 마모/균열 분석을 통해 호모 날레디가 견과류나 덩이줄기처럼 단단하고 흙이나 모래가루가 섞인 거친 음식을 씹었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 결과는 다른 연구자들의 독립적인 연구 결과로도 뒷받침되었다.

식물은 동물들이 자신을 너무 많이 섭취하지 못하도록 실리카(silica)가 많이 들어있는 식물석(phytoliths) 또는 ‘식물성 돌’을 생산한다. 건조한 지역의 모래투성이 환경에서 살아가는 풀을 뜯는 영양 같은 동물들은 식물석과 모래가루가 많은 먹이를 씹을 수 있도록 두꺼운 법랑질을 가진 어금니로 무장해서 이빨이 너무 많이 닳지 않도록 한다.

연구팀은 다른 남아프리카 호미닌들과는 다른 식단을 가졌던 호모 날레디도 비슷한 전략을 진화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초기 그리고 후기 호미닌의 형질을 혼합한 호모 날레디는 다른 남아프리카 호미닌과는 별도의 환경을 가진 서식지에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

몸체 골격의 중요성

호모 날레디 화석 뼈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하나 또는 몇 개의 뼈 혹은 이빨 하나로부터 혈통을 추정하려는 시도를 회의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인류학계 역사는 아래턱뼈 하나, 이빨 한 점, 또는 두개골 한 조각에서 짜낸 과장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예는 고생물학의 다른 분야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인간의 기원을 이해하려는 절박한 심정이 규칙을 어느 정도 완화시킨 것이다.

호모 날레디와 인도네시아의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발견과 더불어 그루지아(Georgia) 공화국의 드마니시 두개골 그리고 스페인의 시마 데 로스 우에소스(Sima de los Huesos, ‘해골의 구덩이’라는 뜻으로 28개체에 해당하는 수천 개의 유골이 발견되었다) 유적지로부터 이제 고인류학은 안개에 가려진 우리의 진화적 기원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상당량의 자료를 얻었다. “발견된 화석 개수보다 연구자들이 더 많다는 농담이 있었죠. 이제는 그 농담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고 버거는 말한다. 그렇게 많은 수의 호모 날레디 화석을 발굴했다는 점의 중요성은 결과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고인류학계는 마침내 원시-파생 형질의 혼란스러운 모자이크라는 흥미로움을 지닌 완벽한 골격을 갖게 되었다.

어떤 부위의 골격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가에 따라 계통도는 매우 달라질 수 있다. 날레디의 뼈들을 따로 발견했다면, 아마도 다르게 분류했을 것이다. 두개골만 갖고 보자면 호모 날레디는 원시적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몸체 골격의 확보가 중요한 것이다. 게다가 여러 개체의 골격을 비교하면 그 종의 해부학에서 나타나는 개체 간 변이도에 관한 더 나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디날레디 방에서 회수된 화석의 수는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에렉투스를 제외한 그 어떤 호미닌의 것보다 더 많다. 물론 레세디 방에서 나온 화석을 포함하지 않은 채로도 말이다.